체인디너 부산 회원들이 부산롯데호텔에서 저녁 모임을 갖고 있다.

미식가들의 저녁식사에는 '물'이 없었다. 물을 많이 마시면 음식의 고유한 식감을 느끼는 데 둔해지고 코스마다 서비스되는 와인의 맛도 잘 모르게 되기 때문이란다.

역사 깊은 미식가 클럽 '체인 디너' 부산지부가 최근 부산롯데호텔에서 디너모임을 가졌다. 전 세계에 수십 개의 지부를 운영하고 있는 체인 디너는 국내에도 서울과 부산에 모임이 있다. 다른 행사가 겹친 이 날은 부산 회원 32명 가운데 20여 명만이 참석했다.

체인 디너의 회원 가운데 상당수가 특급호텔 주방장이나 총지배인, 유명 레스토랑 오너이다 보니 음식에 대해 까탈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들의 '식평'은 파급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디너 장소로 선택된 호텔이나 레스토랑은 이들의 혀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된다.

체인디너 부산지부 회장을 맡고 있는 체인디너 부산지부 회장이자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수석주방장인 마틴 뮐러(전 웨스틴조선 부산 총주방장) 씨는 "체인 디너는 음식과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일 뿐"이라면서도 "기존 회원들의 추천을 받아 회장단의 심사를 거쳐 회원을 뽑는다"고 말해 엄격한 가입요건을 강조했다. 그는 또 "혀를 혼란시킬 수 있는 소금 후추 물은 테이블에 놓지 않는게 우리 디너의 원칙"이라고 말했다.체인 디너의 저녁식사는 레스토랑의 일반적인 코스 식사와 다르다. 부산롯데호텔이 수주간 준비한 다양한 음식이 5파트로 나뉘어 식탁에 올랐는데 각 파트에 걸맞은 와인도 함께 제공됐다. 음식이 좋아도 와인이 맛이 없다거나 함께 서빙된 음식과의 마리아쥬(궁합)가 적절하지 않을 때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미리 음식을 맛본 한 독일인 간부회원이 각 음식에 대해 식전 브리핑을 하는데 먹는 것을 주제로 저렇게 많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 날 제공된 음식은 참치회/가리비무스와 오리간 테린/돼지삼겹살과 꽃상추김치 그리고 레몬셔벗/전복·양갈비찜과 한방배숙/송화 티라미슈와 대추아이스크림 그리고 화전 이다.

부산롯데호텔 서용국 조리장은 "양식 코스처럼 보이지만 재료와 조리법을 유심히 보면 한식과 양식이 조화를 이룬 퓨전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많은 모임의 특성상 체인 디너의 식사는 대개 정통 양식코스인 점을 고려하면 모험적인 시도다. 다행히 이 날 요리는 회원들을 만족시킨듯 했고 '샤또누프 두 팝' 등 몇몇 와인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